2008년 08월 24일
연燕과 고조선古朝鮮 - 언匽의 비밀
연나라의 “언匽”은 왜 “연燕”자로 바뀐 것일까? 연구서에 따르면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자, 자신들의 성씨인 “영嬴”성姓과 “언匽”의 음이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글자를 바꾸었다는 것인데, 이 설명이 얼마나 옳은 것인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피휘하는 것은 알겠는데, 성씨의 글자가 음이 같으면 그 글자도 쓰지 못하는 것인가? 어쨌든 연나라 자체에서 바꾼 것은 아니고, 진한시기에 “연燕”자로 변화된 것만은 분명하다.
1977년 안휘성 부양현에서 한나라 시기의 묘가 발굴되었는데, 이곳의 1호묘에서 다량의 죽간이 발견되었다. 출토된 죽간 중에는 《시경》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발굴된 지역의 이름을 따서 흔히 “부양한간阜陽漢簡《시경詩經》”이라고 부른다. 출토된 죽간은 상태가 좋지 못하여 일부 글자만 볼 수 있지만, 한나라 당시의 기록이라는 강력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시경》패풍邶風에 <燕燕제비>이라는 시가 있다.
燕燕제비
(21)燕燕于飛, 頡之頏之. 之子于歸, (22)遠于將之. 瞻望弗及, 佇立以泣.
(23)燕燕于飛, 下上其音. 之子于歸, 遠送于南. 瞻望弗及, 實勞我心.부양한간阜陽漢簡《시경詩經》
S021 匽=于非,吉
S022 遠于將之,章望
S023 [匽]=于非,下上其音,之子于=: 윗글자와 글자가 같을 때 쓰이는 부호.

죽간의 상태가 좋지 못하지만 “S021”번 죽간을 보면, “연燕”자가 “언匽”자로 쓰여 있는 것을 똑똑히 볼 수 있다. “언匽”자가 국호의 의미로만 쓰였던 것이 아니라, “연燕”의 원 글자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나라 시기에도 “언匽”자가 통용되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연나라 화폐를 하나 보도록 하자. 아래의 이미지는 연나라 도폐刀幣(도刀 모양의 화폐)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발굴되어, 연나라와의 활발했던 교역을 짐작케한다. 화폐 자전을 찾아보면 저 글자는 “안妟”자라고 한다. 허신의《설문해자》에 따르면 화페에서는 발음 부분인 “안妟”만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 글자는 새의 형상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匽, 匿也. 从匸, 妟聲.
언(匽)은 감춘다(닉匿)는 것이다. 혜匸(감추다)자가 의미를 나타내고, 안妟은 발음 부분이다. 《설문해자》
덧글:
양웅의《방언》을 보면 연나라와 고조선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있다. 이것은 고조선이 연방언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문자도 당연히 연나라 계통의 문자(육국문자)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1]
《환단고기》나 《규원사화》는 고조선 계통의 기록에 의거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육국문자(고문古文)인 “언匽”이나 “언郾”자의 계통이 아니라, 중원의 문자(주문籒文)인 “연燕”자로 쓰여 있다. 이것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원문자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고, 중원문자로 통일된 후의 중국문헌의 영향이었다.
(고조선 문헌의 영향이 아니라 전래되는 중국문헌을 그냥 베끼셨다는 말이다.)
두 책이 고조선의 유저라고 한다면, 가장 중요하고 흔한 나라 이름에 왜 고문古文(육국문자)의 흔적이 없는 것인가? 하물며 삼국의 역사서인 《삼국사기》나《삼국유사》에도 이두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런 고차원적일걸 바라는 것 자체가 코메디일지도 모른다. 나는 두 책에서 어떤 형식이든 간에, 옛 모습의 형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모두 부질없는 헛수고였을 뿐이다. 서지학상으로 봐도 근대의 것만 쫓고 있다. [2]
[1] 외국에서 연나라를 어떻게 표기하였는가는 유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장호에서 보는 것처럼 제나라에서는 “언匽”이라 하였고, 중산국中山國의 청동명문을 보면 “언郾”이라고 되어 있다.
[2] (환독들에게) 중국문헌에서는 모두 “연燕자로 바뀌었는데 무슨 헛소리냐? 그럼 중국의 전세문헌도 다 가짜냐?” 라는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혹시 이런 생각이 든다면 글을 다시 읽어보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 by | 2008/08/24 15:56 | 고고학(考古學) | 트랙백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