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한어 - “見(볼 견)”자의 운용.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한문[한어]을 배우거나 훈련하지 않고, 해독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한자를 배우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문장을 번역하고, 용감하게(?) 출간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은 매우 무모하다 하겠습니다. “見(볼 견)”자는 대다수가 알고 있는 쉬운 한자입니다. 그러나 문장 속에서도 쉬울까요? 문장 안에서 “견見”자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보겠습니다.


見(볼 견)
① 동사) 보다.   명사) 견해.  가장 일반적인 뜻입니다.



② 알현하다. 뵙다.  “현”으로 발음. 

孟子梁惠王. «맹자·양혜왕상»
맹자가 양혜왕을 알현하였다見.



③ 출현하다. 나타나다.  현으로 발음하여 “現현”의 뜻을 가진다. 
고대에는 “現현”자가 없었으며, "見견"자에 "나타나다"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후대에 “現현”자가 만들어져서 의미가 분화되었지만, 후대 사람들은 여전히 "나타나다"의 의미로 "見견"자를 사용했습니다.

天下有道則,無道則隱. «논어·태백»
천하에 도가 있으면 나오고見, 도가 없으면 은거한다.

二十三年, 春二月, 彗星東方, 又北方, «삼국사기·탈해 니사금기»
23년 봄 2월에 혜성이 동쪽에 나타났다가見, 다시 북쪽에 나타났으며見

十一年, 春二月, 龍京都. «삼국사기·아달라 니사금기»
11년 봄 2월에 경도에 용이 나타났다見.



④ -당하다. 동사 앞에 쓰여서 동사가 피동의 뜻을 가지게 합니다. 이 부분의 오역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예문을 준비하였습니다.

【중국 문헌】
隨之見伐, 不自量力也. «좌전·희공20년»
그에 따라 정벌당한見伐 것은 스스로 힘을 헤아리지 못해서이다.
伐:정벌하다.   見伐: 정벌을 당하다.

百姓之不見保, 爲不用恩焉. «맹자·양혜왕상»
백성들이 보호를 받지見保 못한 것은, 은애로움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盆成括見殺, 門人問曰:「夫子何以知其將見殺?」 «맹자·진심하»
분성괄이 살해당하자見殺 문하생들이 묻기를: 「선생님은 어떻게 살해당할見殺 것을 아셨습니까?」

吾長見笑於大方之家.«장자·추수»
나는 큰 도를 얻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비웃음을 받았을見笑 것입니다.

信而見疑, 忠而被謗, 能無怨乎? «사기·굴원전»
신의가 (있었으나) 의심을 받고見疑, 충성스러웠으나 비난을 받았으니被謗,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日磾以父不降見殺, «한서·김일제전»
김일제의 부친 (휴도왕은) 항복하지 아니하고 (곤야왕에게) 살해당하여見殺,

進乃召董卓, 欲以脅太后, 卓未至而進見殺. «삼국지·무제기»
하진은 이에 동탁을 불러서 태후에게 협박하려 하였는데, 동탁이 오지 않으니 하진은 살해당했다見殺.


【한국 문헌】
見敗深遁地. 최치원«계원필경·격황소서»
반드시 패배당하여見敗 깊은 땅에 숨을 것이다.

初, 帶素之見殺也, «삼국사기·대무신왕기»
당초에 대소가 살해당하자見殺,

願不見遺. «삼국사기·산상왕기»
버림당하지見遺 않기를 원합니다.

拱辰嘗在東西界, 擅發兵, 入東女眞部落見敗. «고려사·하공진전»
일찍이 하공진은 동서쪽의 경계에 있을 적에, 멋대로 군사를 일으켜, 동여진의 부락으로 들어가 패배당하였다見敗.

以文學見稱, 王甚愛之. «고려사·정도전전»
문학으로 칭찬을 받았으며見稱, 왕이 그를(정도전) 매우 사랑하였다.

見稱於孔子. «환단고기·단군세기»
또한 공자에게 칭찬을 받았다見稱. (O)
공자도 이를 칭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見稱. (×) 임승국.



   이제 «주역»의 첫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오역들도 수 없이 보이지만, “견見”자와 “구咎”자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훈(의미)으로 읽고 있으며, 이런 훈(의미)을 임의대로 연결하여 번역이 아니라, 문장을 새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망문생훈, 망문생의)


«주역 건 효사»
九二, 龍在田, 利大人.
용이 출현하여見 지상에 있으니, 대인이 나타나서見 이롭다. (O)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봄이見 이로우니라. (×) 김석진
나타난 용이 밭에 있다 대인을 보는데見 이가 있다. (×) 박영철

九三, 君子終日乾乾, 夕惕若厲, 无.
군자가 하루 종일 노력하면, 밤에는 위태로워도 재앙은咎 없을 것이다. (O)

군자가 날이 마치도록 굳세고 굳세어서 저녁에 두려워 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은咎 없으리라. (×) 김석진
군자가 종일 부지런히 노력하고 저녁에 두려워한다면, 위태로운 지경에 있어도 허물이咎 없다. (×) 박영철

九四, 或躍在淵, 无.
혹은 (군자가) 연못에 뛰어드니 재앙은咎 없을 것이다.(O)

혹 뛰어 못에 있으면 허물이咎 없으리라. (×) 김석진
혹 뛰거나 못 속에 있으면 허물이咎 없을 것이다. (×) 박영철

by 소하 | 2009/04/29 21:38 | 고증학(考證學)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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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海凡申九™ at 2009/04/29 21:54
저도 개인적으로 소장한 주역 책을 새로 다시쓰는 수준이라 눈물이 나오는데
또다시 조용히 눈에서 폭포수가 흐릅니다.

oTL ...

번역 좀 똑바로 하지... 아 진짜...
Commented by 소하 at 2009/04/29 22:41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90년대의 책인데, 아직도 그렇게 번역하나 봅니다. ㅡ.ㅡ
Commented by 海凡申九™ at 2009/04/29 22:47
새로 나온 주역 책들입니다.
겉포장만 디자인만 잔뜩 화려하더군요.
Commented by 소하 at 2009/04/29 23:00
해범신구님/ 속 빈 강정 ^^
Commented by 海凡申九™ at 2009/05/06 01:33
소하 님께 정ㅋ벅ㅋ되었습니다.

항ㅋ벅ㅋ입니다. ㄳ
Commented at 2009/04/29 23: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하 at 2009/04/29 23:34
몰랐습니다.. ㅡ.ㅡ 유의하겠습니다.
Commented by Esperos at 2009/04/30 01:04
우리나라에 중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터인데, 주역과 같은 중요 중국 고전을 번역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간단한 오역이 흔하단 말입니까? 전문 학자 아닌 이가 번역하여 개판이라고 하면 그것대로 문제지만, 만약 전문학자가 오역을 저질렀다면 더 문제가 크군요...
Commented by 소하 at 2009/05/02 23:13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번역된 것은 손자와 노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제가 과거에 본 손자와 노자는 전문학자의 번역도 너무 형편없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원문을 이해하면서부터 느낀 것이죠. 이상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번역본보다 원본(원문)을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Commented by 松下吹笙 at 2009/04/30 01:56
저 같이 외국어에 약한 사람들은 번역본을 믿고 구입 하는데... 완전 OTL이군요. 직접 공부한다고 해도 한두해해서도 안될 것인데..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네요
Commented by 소하 at 2009/05/02 23:20
사실 우리나라에서 한문 잘한다고 인재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전문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크게 못 느끼고요. 물론 이에 따른 투자도 형편없지요. 어떤 것이든 투자가 적으면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질 좋은 번역을 하려고 10-20년을 공부해도 밥먹고 살기 힘듭니다. 이것이 현실이지요.
Commented at 2009/05/01 19: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하 at 2009/05/02 23:29
네! 저도 반갑습니다. ^^
매우 죄송한 말이지만, 최근에 나온 책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번역된 것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사견으로 만족할 만한 번역본을 찾으신다면, 중국의 백화 번역본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 한어는 고대 한어보다 쉬우니, 시간이 걸리시더라도 중국어를 배우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애매모호한 문장에 대해서는 백화 번역본을 참고하는데, 현대 중국어는 약해서 사전을 찾아보면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번역본을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낫더군요.
Commented at 2009/05/03 15:5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소하 at 2009/05/04 20:11
네... 알겠습니다...^^
Commented by 나도사랑을했으면 at 2009/05/23 18:44
저도 見龍在田 에서 항룡십팔장......이 아니고 용이 밭에 있다로 무심코 해석했는데..... 틀린거네요...오...나랑 같은 해석을 한 사람이 있다니..... 보통 번역을 할때에는 그냥 순 한자의 의미로 해도 되지 않나요? 짧고 간단하게 꾸미는 설명 없이요... 예전에 이런 생각들을 한적 있는데.... 그리고 보통 在+田장소 구문등이 많으므로....아래에석에서도 或躍在淵,을 연못에 있다가 무심코 떠오르고.... 연못에로 해석하는 ..군요..... 새로운것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노바당 at 2009/07/11 14:38
원래 고대 한문은 해석의 폭이 넓어서 그 뜻를 한가지로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주역>의 경 부분은 원래 점치는 책이라 더 모호한 표현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경문 자체가 후대의 한자로 바뀐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의미를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은 마왕퇴 백서 <주역>이 현재의 <주역>가 순서 등 상당히 다르다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가 주역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정도가 못되나, 글 쓴 분의 의견은 또 하나의 해석 가능성이지 원 뜻(그런게 있다 치고)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여튼 고전 한문의 의미에 대해 절대적 주장을 한다면 일단 의심의 눈으로 봐야합니다.





그런 가능성을 확신한다면 더 큰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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