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6일
대쥬신 1편
내가 "쥬신"이란 말을 처음 본 것은 김운회의 글을 통해서였다. 그의 책을 처음 본 것은 200종류의 문헌을 참고해서 지었다는 <삼국지해제>였는데, 약간 읽어보니 한가지도 제대로 참고하지 못했다는 걸 느낄 뿐이었다. 견강부회(자신의 주장에 억지로 맞춤)가 너무 심해서 이후부터는 완전히 관심을 끊었다.
역사 드라마는 잘 안 보지만, 주위에서 영상이 화려하다고 "태왕사신기"를 꼭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방송으로 첫회를 보는데, 난데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쥬신"이 등장하는 것이다. 고구려가 부여에서 기원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회를 다 보지도 못하고 채널을 돌려 버렸다. 나는 이런 판타지가 어린 학생들에게나 퍼져 있는 줄 알았는데, 드라마에서 "역사"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올 정도라니, 정말 심각하다.
"쥬신"의 어원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주장에서부터 기원한 것 같다. 주신珠申이 곧 조선朝鮮이라는 것인데, 한국 한자음이 유사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거는 없다. 《전후삼한고》나《만주원류고》에는 주신珠申이라 나오지만, 김운회는 "쥬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옛 한글에서 "ㅜ"를 "ㅠ" 라 칭한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누구걸 배꼈던 것인지도...
견륭제의 《만주원류고》에 숙신肅慎의 본음을 주신珠申이라 하였으니, 그러면 조선朝鮮의 음도 주신珠申이요. --- 신채호《전후삼한고》
國初舊稱所屬曰珠申. 亦即肅慎轉音也. ---《滿洲源流考》
국초에 옛 칭호인 주신이라 하였다. 즉 숙신의 음이 변한 것이다. ---《만주원류고》
---《맹자언해》
孟子對曰:昔者大王居邠,狄人侵之. 事之以皮幣,不得免焉;事之以犬馬,不得免焉;事之以珠(쥬)玉,---《맹자. 양혜왕하》
어쨌든 주신인지 쥬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신과 조선(고조선)을 동족으로 보려면 합당한 이유와 그에 따르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은 없다. 막연하게 한국 한자음만이 비슷하다는 것 뿐이다. 주신이라는 용어가 고대에도 있었을까? 주신珠申은 청나라 사람들의 음역일 뿐 고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용어다. 만주족의 부족명은 시대마다 달랐기 때문에 우선 정리해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至其部族之名,則古曰肅慎,後世曰女真․ 慮真․ 珠里真․ 朱里真;清人則譯作珠申;亦即現在所謂索倫,固有異譯而無異語矣。
그 부족명(청나라)의 옛 칭호를 숙신肅慎이라 하였고, 후세에 여진女真․ 여진慮真․ 주리진珠里真․ 주리진朱里真이라 하였는데, 청나라 사람들이 역(음역)하여 주신珠申이라 하였다.
--- 여사면呂思勉《중국민족사中國民族史》
숙신肅慎 고대
읍루挹婁 동한-위진(25-420년)
물길勿吉 남북조(420-580)
말갈靺鞨 수 당(580-907)
여진女真 오대 송(907-1600) ->금나라를 세운다.
만주滿州 (1600-) ->청나라를 세운다.
만주滿州족 최초의 부족명인 동시에 주신珠申의 원래음이라는 숙신肅慎은 사실 정체조차 불분명하며, 두번째 명칭인 읍루挹婁와의 연관성은 더욱더 부정되는 실정이다. 읍루와 숙신이 동족이라는 것은 《삼국지》에 처음 등장한다. "古之肅愼氏之國也.(읍루는) 옛 숙신씨의 나라이다. - 《삼국지 읍루전》" 그리고 그들의 거주지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挹婁在夫餘東北千餘里, 濱大海, 南與北沃沮接.
읍루는 부여의 동북쪽 천여리에 있는데 큰 바다와 접하고 남쪽으로는 북옥저가 있다. -《삼국지. 읍루전》
肅慎氏一名挹婁,在不咸山北,去夫餘可六十日行.
숙신씨는 일명 읍루인데, 불함산(백두산)의 북쪽, 부여에서 대략 60일 거리에 있다. -《진서. 숙신씨전》
숙신과 읍루가 동족이라는 인식은 《삼국지》에서 비록된 것이고, 뒤의 사료나 사서들이 모두 그것을 따랐다. 하지만 고대 숙신의 기록을 보면 이와 다르다.
王使詹桓伯辭於晉, 曰:及武王克商, ... 肅愼․ 燕․ 毫, 吾北土也.
왕(주왕)이 첨환백을 진나라에 보내어 질책하여 말하길: 무왕이 상왕조를 이긴 후에(기원전 1100여년경) 숙신肅愼․ 연燕․ 박毫이 우리의 북쪽 땅이 되었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소공9년昭公九年 (기원전 533년)》
위의 기록에 의거하면, 첫째 숙신肅愼 연燕 박毫은 주나라 초기 북쪽 경계선을 의미한다. 둘째 연燕 박毫이 근접한 지명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숙신肅愼의 거주지는 현재의 북경 지역 부근이다. 이런 이유로 숙신肅愼=읍루挹婁라는 《삼국지》의 기록에 회의적인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2차 사료에 불과한 《만주원류고》의 기록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 by | 2007/10/06 01:03 | 한국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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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불님/ 네..봤습니다. 근데 대쥬신제국사가 만화책이 맞나요? 대략 난감. 어이 없음입니다. 쥬신의 어원은 얫 훈민정음 말고는 없는 거 같습니다. 불분명한 논리는 추론하기도 힙드네요.
660년대 일본의 아베노 히라후가 지금의 홋카이도 일대를 정벌했다는 <일본서기> 기사를 보면
히라후의 군단이 숙신(일본어로 미시하세) 사람들과 충돌했다는 글이 있더군요.
耿君님/ 일본서기는 보질 못해서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악질식민빠님/ 무슨 천기누설씩이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