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쥬신 1편

 

   내가 "쥬신"이란 말을 처음 본 것은 김운회의 글을 통해서였다. 그의 책을 처음 본 것은 200종류의 문헌을 참고해서 지었다는 <삼국지해제>였는데, 약간 읽어보니 한가지도 제대로 참고하지 못했다는 걸 느낄 뿐이었다. 견강부회(자신의 주장에 억지로 맞춤)가 너무 심해서 이후부터는 완전히 관심을 끊었다. 

   역사 드라마는 잘 안 보지만, 주위에서 영상이 화려하다고 "태왕사신기"를 꼭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재방송으로 첫회를 보는데, 난데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쥬신"이 등장하는 것이다. 고구려가 부여에서 기원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회를 다 보지도 못하고 채널을 돌려 버렸다. 나는 이런 판타지가 어린 학생들에게나 퍼져 있는 줄 알았는데, 드라마에서 "역사"라는 이름을 붙여서 나올 정도라니, 정말 심각하다.

   "쥬신"의 어원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주장에서부터 기원한 것 같다. 주신珠申이 곧 조선朝鮮이라는 것인데, 한국 한자음이 유사하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거는 없다. 《전후삼한고》나《만주원류고》에는 주신珠申이라 나오지만, 김운회는 "쥬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옛 한글에서 "ㅜ"를 "ㅠ" 라 칭한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 아니면 그냥 누구걸 배꼈던 것인지도...


견륭제의 《만주원류고》에 숙신肅慎의 본음을 주신珠申이라 하였으니, 그러면 조선朝鮮의 음도 주신珠申이요. --- 신채호《전후삼한고》

國初舊稱所屬曰珠申. 亦即肅慎轉音也. ---《滿洲源流考》
국초에 옛 칭호인 주신이라 하였다. 즉 숙신의 음이 변한 것이다. ---《만주원류고》

---《맹자언해》
孟子對曰:昔者大王居邠,狄人侵之. 事之以皮幣,不得免焉;事之以犬馬,不得免焉;事之以珠(쥬)玉,---《맹자. 양혜왕하》


   어쨌든 주신인지 쥬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신과 조선(고조선)을 동족으로 보려면 합당한 이유와 그에 따르는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것은 없다. 막연하게 한국 한자음만이 비슷하다는 것 뿐이다. 주신이라는 용어가 고대에도 있었을까? 주신珠申은 청나라 사람들의 음역일 뿐 고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용어다. 만주족의 부족명은 시대마다 달랐기 때문에 우선 정리해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至其部族之名,則古曰肅慎,後世曰女真․ 慮真․ 珠里真․ 朱里真;清人則譯作珠申;亦即現在所謂索倫,固有異譯而無異語矣。
그 부족명(청나라)의 옛 칭호를 숙신肅慎이라 하였고, 후세에 여진女真․ 여진慮真․ 주리진珠里真․ 주리진朱里真이라 하였는데, 청나라 사람들이 역(음역)하여 주신珠申이라 하였다.
--- 여사면呂思勉《중국민족사中國民族史》

숙신肅慎   고대
읍루挹婁   동한-위진(25-420년)
물길勿吉   남북조(420-580)
말갈靺鞨   수 당(580-907)
여진女真   오대 송(907-1600) ->금나라를 세운다.
만주滿州   (1600-) ->청나라를 세운다.


   만주滿州족 최초의 부족명인 동시에 주신珠申의 원래음이라는 숙신肅慎은 사실 정체조차 불분명하며, 두번째 명칭인 읍루挹婁와의 연관성은 더욱더 부정되는 실정이다. 읍루와 숙신이 동족이라는 것은 《삼국지》에 처음 등장한다. "古之肅愼氏之國也.(읍루는) 옛 숙신씨의 나라이다. - 《삼국지 읍루전》" 그리고 그들의 거주지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挹婁在夫餘東北千餘里, 濱大海, 南與北沃沮接.
읍루는 부여의 동북쪽 천여리에 있는데 큰 바다와 접하고 남쪽으로는 북옥저가 있다. -《삼국지. 읍루전》 
肅慎氏一名挹婁,在不咸山北,去夫餘可六十日行.
숙신씨는 일명 읍루인데, 불함산(백두산)의 북쪽, 부여에서 대략 60일 거리에 있다. -《진서. 숙신씨전》


   숙신과 읍루가 동족이라는 인식은 《삼국지》에서 비록된 것이고, 뒤의 사료나 사서들이 모두 그것을 따랐다. 하지만 고대 숙신의 기록을 보면 이와 다르다.


王使詹桓伯辭於晉, 曰:及武王克商, ... 肅愼․ 燕․ 毫, 吾北土也.
왕(주왕)이 첨환백을 진나라에 보내어 질책하여 말하길: 무왕이 상왕조를 이긴 후에(기원전 1100여년경) 숙신肅愼․ 연燕․ 박毫이 우리의 북쪽 땅이 되었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소공9년昭公九年 (기원전 533년)》


   위의 기록에 의거하면, 첫째 숙신肅愼 연燕 박毫은 주나라 초기 북쪽 경계선을 의미한다. 둘째 연燕 박毫이 근접한 지명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숙신肅愼의 거주지는 현재의 북경 지역 부근이다. 이런 이유로 숙신肅愼=읍루挹婁라는 《삼국지》의 기록에 회의적인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2차 사료에 불과한 《만주원류고》의 기록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by 소하 | 2007/10/06 01:03 | 한국사 | 트랙백(1) | 핑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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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문학(文學)의 전초기지 at 2007/10/07 21:11

제목 : 신채호 파닥파닥설 + a
좌측짤방은 됴선 삼천재의 한 명 육당의 말씀 - 최남선, &lt;稽古箚存&gt;, 靑春, 1919 6월호위당이건 단재건 됴선의 대천재 앞에선 굽신굽신의외로 단재는 그전에 나왔던 사람들의 주장을 나름대로 '공정한' 입장에서 취합했던 것일지도 (낚여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 보면 거진 다 오류투성이지만. ps. 잠깐...다시보니 진서론을 펴고 있긴 하지만, 김성구씨의 &lt;규원사화&gt; 교감기는 古2......more

Linked at 耿君春秋 : 떡밥의 재구성 03 at 2008/09/20 15:56

... =숙신으로 확정짓고, 『만주원류고』를 인용해 아예 '조선=숙신=주신=관경'의 등식을 구체화하고 있다. 신채호의 논설에 대해서는 여기서 굳이 자세히 다루지는 않으나, '조선=숙신=주신'의 오류나 '발조선=발숙신 → 조선=숙신'의 그릇됨은 소하님의 블로그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이 포스팅에서는 그보다도 악질식민빠님의 '신채호 파닥파닥설 + a' ... more

Commented by 악질식민빠 at 2007/10/06 01:17
개인적인 생각인데, <삼국지>에서 숙신과 읍루를 동일시하는 건 사마씨가 한창 찬탈극을 벌일때라 상서로운 일들이 필요했는데, 어떤 원시인들이 석기시대 활을 바치자 위나라어용학자들이 막 옛날 문헌 뒤져서 '숙신이 활을 바쳤다' 는 걸 찾아내고는 '읍루=숙신' 이라고 갖다붙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7/10/06 10:07
저도 [쥬신]의 어원을 찾아서 노력해 봤는데 결국 [대쥬신제국사] 이전으로 소급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보셨을지 모르겠으나

http://orumi.egloos.com/3392287

이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Commented by 소하 at 2007/10/06 11:25
악질식민빠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 말고는 다른 설명은 불가능합니다. 다음편에서 쓸 예정입니다. 김운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논리로 부정하지만...

초록불님/ 네..봤습니다. 근데 대쥬신제국사가 만화책이 맞나요? 대략 난감. 어이 없음입니다. 쥬신의 어원은 얫 훈민정음 말고는 없는 거 같습니다. 불분명한 논리는 추론하기도 힙드네요.
Commented by Shaw at 2007/10/06 16:09
대쥬신제국사 5권 말미에 나와있는 참고문헌들을 대부분 뒤져 보았으나 "쥬신" 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화가의 창작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하리라 여겨집니다.
Commented by 耿君 at 2007/10/06 16:33
음... 그렇다면 저때 생성된 '숙신'의 개념이 한반도와 일본열도에도 전해져 같은 용례로 사용된 것이려나요?
660년대 일본의 아베노 히라후가 지금의 홋카이도 일대를 정벌했다는 <일본서기> 기사를 보면
히라후의 군단이 숙신(일본어로 미시하세) 사람들과 충돌했다는 글이 있더군요.
Commented by 악질식민빠 at 2007/10/07 15:15
헉 ; 본의아니게 천기누설을 ;; (이것이야말로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잡은 격...;;)
Commented by 소하 at 2007/10/12 16:40
Shaw님/ 그것이 만화책이라는 것에 정말 놀랐습니다.

耿君님/ 일본서기는 보질 못해서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악질식민빠님/ 무슨 천기누설씩이나.....ㅎㅎ
Commented by 윤복현 at 2008/01/18 03:24
조선=숙신=색슨=조센=쥬신=주신.............발음의 차이일 뿐 조선이란 의미입니다..다 같은 황인종이지요..명칭이 다를 뿐...황인종 중에서도 고대 한반도 사람들이 최고의 우두머리들이였습니다...일명 동방족이라고 하지요....갑골문자도 고대 한반도 사람들이 만들어서 만주사람들에게 전해준 것이고 고인돌도 그렇고 청동검의 원형도 한반도 사람들의 돌검이고 말이죠..한반도를 알면 동서양 문명사의 원류가 드러납니다
Commented by 캐안습 at 2008/04/29 13:18
히밤 앵글로색슨도 쥬신족인 겁니까? 무슨 개뿔이 동서양문명사의 원류는...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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